말리와 나, 조건 없는 우정과 사랑을 주는 동반자 말리
오늘 소개할 영화 (말리와 나)는 영화의 제목에서 풍기듯이 반려동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별다른 불만 없이 보게 되는 것은 영화 속에 담긴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 만으로도 어느 정도 개인적인 이유를 더해 충분히 만족스러운 이야기들을 만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말리와 나)는 반려동물과 인간과의 관계에 100% 포커스를 두고 있는 영화는 분명 아니다.
이런 점이 의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만족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매우 평범한 이야기들을 잘 풀어내는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들을 빼먹지 않았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움을 더해 준다. 늙고 지쳐 병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주인의 목소리 한마디에 눈빛이 살아나는 조건 없는 우정과 사랑, 변함없는 헌신은 바로 말리 자신의 행복이었고, 그로건 가족에게는 믿을 수 없는 선물이었으며, 훌륭한 동반자였다.
거부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헤어짐
사실 개인적으로 이영화의 엔딩이 슬픈 이유는 극 중 '말리'의 모습이 불과 2년 전까지 나와 함께 했던 강아지 '나래'의 모습과 너무도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말리'는 세월에 흐름에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거였지만 내 강아지 '나래'는 어릴 때 아파서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끝까지 건강하게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영화는 개인적으로 더욱 슬픈 영화였으며 반려 동물을 키우는 건 간단하게 생각하고 행동할 일이 아니라는 걸 한 번 더 생각했다.
영화의 시작은 둘 다 기자로서 바쁜 날들을 보내던 존 그로건과 제니퍼 그로건 부부는 당장 아기를 키우기엔 부족한 시간들과 두려움으로 인해 먼저 강아지 한 마리를 키워 보기로 한다. 이 강아지의 이름이 바로 '말리'이고 이 녀석은 엄청난 말썽꾸러기이다. 이름도 유명한 레게음악의 레전드 '발 말리'에서 따온 것이다. 애견훈련사도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최강의 말썽꾸러기이다.
제니의 생일선물 목걸이를 삼킨다던가, 찢어진 소파와 매트리스의 모습, '말리'가 삼킨 무수한 물건들. 존과 제니퍼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할 때 '와우, 저 정도까지 참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리'가 일으킨 사고들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 넘어간다. '말리'가 어떤 사고를 치던 둘은 신혼이고, 아직은 '말리'가 그저 귀여워만 보이는 그들에게는 다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었다.
이 영화는 매우 현실적이고 미묘한 감정과 갈등을 보이지 않게 담아내고 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비현실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남자 주인공 존의 태도일 것이다. 보통의 경우 아내와의 힘겨루기에 있어 한번쯤 크게 폭발할 것도 같은데 존은 '말리'가 친 여러 가지 사고들에도, 아내의 투정에도 거의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묵묵히 참아낸다.
존에게는 아내 제니퍼와의 부부로서 갈등 외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가족을 참아야만 하는 갈등도 존재한다. 그는 전쟁 기사를 쓰러 출장 가는 친구와 함께 가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가족과 '말리'를 위해 이런 꿈들을 스스로 많이 억제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욕망을 억제해가며 가족중심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은 전혀 다른 길로 성공을 이루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떠맡은 칼럼니스트 코너는 큰 인기를 끌어서 더 큰 신문사로 스카우트되기도 하고, 원하던 기자가 된 이후에도 답답함을 느끼고는 다시 칼럼니스트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인생은 아이러니이고 무엇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는듯하다. 본인의 꿈과 이상을 이루는 것만이 행복한 것도 아니고, 반대로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만 사는 것 또한 반드시 옳다고 이야기할 수 없음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영화는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이런 것들을 슬쩍 끼어넣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흔한 얘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인생과 결혼, 그리고 가족에 대한 매 우현 실적인 이야기 들을 은은하게 담아내고 있다. 부부간의 직업적 상하구조로 인해 갖게 되는 고민들, 아이를 갖게 되면서 부부 사이에 생기는 변화, 그리고 모든 것 이 그렇듯 처음에는 열정적이다가 시간이 갈수록 애정과 관심이 식어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은연중에 잘 표현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미묘한 감정들을 보일 듯 말 듯 배치해 놓은 영화의 흐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이를 드러내 놓고 공개했을 때보다 더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영화 앤딩의 존의 내레이션 부분은 반려동물의 소중함과 애정만을 담은 내레이션과 마무리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말리와 함께했던 삶을 통해 인생에서 소홀히 했고 서로에게 상처 주었던 부분들을 반성하고 스스로 끌어안음으로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장치로 내레이션이 사용되고 있다고 느꼈다. 단순히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것 정도만 이야기하려는 영화는 분명 아니지만 그래도 항상 곁에서 함께한 존재라는 메시지에 울컥하지 않을 순 없었다.
특히 부부의 아들인 패트릭이 어린 시절 촬영했던 홈비디오를 보는 장면은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자신이 아기였을 때 항상 '말리'가 함께 했음을 예전 비디오를 통해 새삼 알게 되어 눈물 흘리는 패트릭의 모습은 반려동물이 한 가족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의지할 수 있었던 존재였는지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런 영화는 주인공인 동물이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 가면서 예전처럼 활발하지 못하게 되고, 점점 힘을 잃다가 목숨을 잃고 마는 장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넘치는 사랑을 받고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다
말리를 묻으면서 존은 추억을 떠올린다. '말리'가 산책하러 나가서 미친 듯이 목줄을 당기며 존을 끌고 가는 모습. 오디오를 틀어놓고 뒷발로 일어난 녀석과 끌어안고 함께 춤을 추던 모습, 아픈 아들 곁에서 꼼짝 안 하고 간호하듯 바라보던 모습, '말리'는 단순함, 순수함, 용기, 헌신, 충성심, 순간순간의 즐거움 같은 것들을 그들에게 주었다.
'말리'는 살아있는 동안 그로건 가족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았고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다.'말리'의 늙어감과 죽음을 앞에 두고 존은 '말리'의 우정과 헌신이 얼마나 충성스럽고 훌륭한 동반 자였는지를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도 우리 '나래'를 보내면서 가슴 아팠던 기억들로 인해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번 '나래'의 사진을 보면서 그곳에서 행복하고 아프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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