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어웨이(Cast Away),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아번에 소개할 영화는 무인도 생존기 영화이다. 2001년 개봉한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는 톰 행크스, 헬렌 헌트, 닉 서시 주연으로 143분 분량의 드라마 영화다. 제작에도 톰 행크스가 참여했으며 포레스트 검프를 만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 제목인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를 해석하면 배가 난파되어 표류하다 외딴섬에 도착한다는 뜻이다. 주인공인 톰 행크스는 마치 실화처럼 생생하게 조난자의 모습을 연기해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라는 평을 듣고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톰 행크스의 작품들은 '터미널', '포레스트 검프', '캐치 미 이프 유 캔', '라이언 일병 구하기', '필라델피아'등이 있다.
영화의 탄생 뒷이야기
사실상 톰 행크스가 영화 80% 이상을 혼자 연기한다. 톰 행크스는 여러 가지의 다양한 모습, 정말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무인도에서의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표류 초기까지의 모습을 찍은 뒤 1년의 시간을 주고, 톰 행크스에게 50파운드(약 22.7kg)의 감량과 이발, 면도를 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은 영화 팸플릿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랜 무인도 생활로 수척해지는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매일 끼니마다 초저칼로리 음식을 손바닥만큼만 먹는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했다고 한다. 무인도에서 촬영하는 동안 중점을 둔 것은 배우와 조명이었다. 톰 행크스가 척 놀랜드 역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도록 최대한 보조를 해주고, 그가 불을 피우게 되는 장면 이전까지는 인공조명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달빛의 형식을 빌어서 최대한 자연광에 가까운 상태로 영화를 촬영했다고 한다.
사실적인 영화 장면을 위해 실제로 섬의 나무 몇 그루를 베어다 태웠는데, 촬영이 끝나고 난 후 태운 나무 한 그루 당 세 그루씩 나무를 새로 심어 섬을 복원했다고 한다.
워커홀릭 척 놀랜드의 삶의 벗 '윌슨'
전 세계를 누비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페덱스 직원인 척 놀랜드(톰 행크스)는 러시아 출장에서 돌아와 약혼녀 켈리를 만나고 그녀의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낸다. 여유로운 시간도 잠시. 저녁 만찬을 즐기던 중 척은 회사에서 비상 연락을 받고 말레이시아로 현장 출장을 떠나게 된다.
약혼녀 켈리는 이제 막 돌아온 그가 다시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며 공항까지 배웅을 가서 차 안에서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인 회중시계를 전해준다. 척 역시 작은 보석상자를 건네며 곧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비행기에 탑승한다. 캘리가 선물해준 시계를 손에 꼭 쥐고 '페덱스' 전용 비행기에 올랐는데, 폭풍을 만나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가 나게 된다.
그의 몸을 때리는 파도. 다음날 정신을 차린 척은 섬을 둘러보며 도움을 청하고, 또 해변가에 나뭇가지로 글씨를 써서 구조가 될 것을 기다리지만 섬은 사람은커녕 동물도 살지 않는 완벽한 무인도였고 비행기가 항로를 이탈해 항해를 하다가 추락한 터라 구조될 가능성도 매우 낮은 상태였다. 그러던 중 척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해변으로 떠밀려온 페덱스 택배 상자 몇 개를 줍고 그 상자 중 송장이 떨어지지 않은 단 하나의 상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뜯어보니 물 건들은 배구공, 피겨 스케이트화, 서류뭉치, 비디오테이프, 망사옷 등이었다.
척은 망사옷으로 만든 그물과 작살로 생선과 게를 잡지만, 날것으로 먹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라이터가 없으니 나무 작대기를 비벼가며 불을 피우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나마 날카로운 돌멩이로 코코넛을 긁어먹던 척은 이번엔 나무를 긁는 방식으로 바꾸어 다시 불 피우기에 도전한다. 하지만 이번엔 긁던 나뭇가지가 부러져 손바닥을 크게 다친다. 척은 아프고 짜증 나서 욕을 퍼부으며 주변의 물건들을 차고 내던지고 화풀이를 한다. 시간이 좀 지난 뒤 흥분을 가라앉힌 척은 응급처치를 하고 집어던진 물건들을 다시 찾으러 간다.
거기서 자신이 집어던진 배구공에 손바닥에서 흘린 핏자국이 손바닥 모양으로 찍힌 것을 보고 공에 사람 얼굴 모양을 그린 다음 '윌슨'이라 부르게 된다. 친구가 된 윌슨과 이야기하며 다시 한번 불 피우기를 시도한 척은 마침내 성공, 끝내주는 바닷게 구이를 먹게 되면서 점차 무인도 생활에 적응해나간다. 무인도에서의 삶은 캘리에 대한 사랑만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게 된다.
무인도에서 1500일이나 되는 시간을 캘리에 대한 사랑으로 이겨낸 척. 어느 날, 떠내려 온 플라스틱 화장실 판자 하나를 이용해 섬을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해내고,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물건을 이용하여 뗏목을 만든다. 섬에 표류한 지 4년 만에 거친 파도를 헤치고 탈출을 계획한다.
드디어 탈출 날, 약간의 식수와 음식, 그리고 지금까지 뜯지 않았던 그 택배 박스와 약혼녀 켈리의 사진이 들어있는 회중시계, 배구공 윌슨을 뗏목에 싣고는 바다로 나간다. 이번에도 첫 탈출 시도를 실패하게 했던 섬으로 들이닥치는 거대한 파도가 다가오는데, 정확한 순간을 노려 화장실 벽을 돛처럼 펼쳐 마침내 파도를 넘어가는 데 성공한다. 이때 드디어 이 섬을 탈출했다며 신나게 소리 지르다가, 그래도 4년이나 있었던 섬이라 그런지 조용하게 바라본다.
'윌슨'과의 이별 새로운 만남
파도를 타고 뗏목으로 바다를 향해 나선 척의 유일한 말동무이자 친구는 윌슨 밖에 없다. 바다에서 물고기도 잡아먹고 밤 중에 고래와 눈이 마주치는 경험도 하며 표류하던 어느 날, 폭풍우가 몰아치는 거친 날씨와 싸우다 그만 섬을 빠져나오게 해 준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는 가림막이던 플라스틱 판넬이 날아가버린다.
밤새 폭풍우와 싸우느라 피곤한 척이 잠들어버린 사이에, 폭풍우 때문에 막대 위에 매달아 두었던 윌슨이 저 멀리 떠내려가는 게 보인다. 바로 그때 전에 만났던 고래가 그를 깨우듯이 물을 내뿜는다. 그리고 뒤늦게 윌슨이 떠내려간 걸 알아챈 척은 당황해서 둘러보다가 아직 보이는 위치에 떠있는 것을 발견한다.
척은 뗏목과 이어주는 생명줄을 잡고 윌슨을 구하러 바다에 뛰어든다. 하지만 제대로 먹은 것도 없고 밤새 폭풍우 때문에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라 헤엄쳐갈 수가 없다. 생명줄을 놓고 헤엄 쳐가서 윌슨을 잡을 거란 보장도 없고, 잘못해서 뗏목도 놓치게 되면 진짜로 죽게 되는 상황.
결국 척은 '미안해, 윌슨 미안해'라고 소리치며 뗏목으로 돌아온다. 무인도에 몇 년이나 홀로 버티게 해 주었던 말동무이자 소중한 친구는 그렇게 척의 곁을 떠나게 되었다. 척은 윌슨을 잃은 슬픔에 한참 오열하다가 삶에 대한 의욕도 없어지고 실망해서 노를 바다에 던져버린다. 척은 그저 뗏목에 누워 표류한다.
그리고 또 한 번 고래가 물을 내뿜고 소리까지 내며 그를 깨우지만 척은 물을 맞고도 눈을 뜨지 않고 뒤척거리며 돌아눕는다. 그런데 기적처럼 그의 뒤로 대형 화물선이 나타난다. 배가 지나가는 소리에 돌아본 척. 그는 켈리의 이름을 되뇌며 손을 뻗는다. 세상으로 돌아가니 그를 기다리는 환영식이 열리고 4년이나 사라졌던 척이 살아 돌아온 사실은 엄청난 이슈가 되지만 척이 그토록 사랑하고, 만나고 싶어 했던 켈리는 환영식 장소에 오지 않았다.
한참을 잠 못 이루던 척은 결국 켈리가 사는 집으로 향한다. 비가 오는 그날 밤 켈리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 켈리 역시 복잡한 심경에 잠을 못 자고 척을 마주한다. 켈리는 척의 비행기 사고 이후 모아둔 자료들을 보여주고 자신도 척을 그리워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척은 켈리에게 무인도에서 자신을 살게 해 주었던 켈리의 마지막 선물을 돌려주러 왔다고 말하며 그녀가 척에게 주었던 회중시계를 돌려준다.
켈리는 4년 전에 척을 배웅할 때 타고 갔던 척의 자동차를 아직 보관하고 있다며 차고로 가서 척에게 자동차를 돌려준다. 그렇게 척을 태운 차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망설이던 켈리는 참지 못하고 빗속을 뛰어나가 척을 불러 세운다. 둘은 빗속에서 포옹을 나누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지만 이미 가정을 이룬 켈리의 삶을 망가뜨릴 수 없었던 척은 켈리를 다시 집으로 데려다준다.
이제 바라던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가 생각했던 일상은 아닌 상황에서 척은 무인도에서부터 계속 보관해온 택배박스를 주인에게 전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는 시작 지점에 보여준 미국 외딴곳에 위치한 베티나의 집으로 다시 이동한다. 척이 방문한 시점에 집 안에는 사람이 없었고 척은 택배박스 위에 작은 메모(당신의 소포 덕분에 살 수 있었다.)를 남겨둔 채 다시 길을 나선다.
베티나의 집 근처 사거리에서 척은 우연히 베타니를 만나고 베티나는 길을 잃은 것 같다며 척에게 각 방향으로 갔을 때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설명해준 뒤 행운을 빈다고 말하며 자신의 집으로 출발한다. 척은 문득 자신 앞에 펼쳐진 네갈레의 길을 바라본다.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분명 어딘가로 나아갈 것이 분명한 척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우리의 곁에는 '윌슨'이 있을까?
난 이 영화를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삶의 원동력을 생각하게 하는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사람을 택하는 건지, 사람이 영화를 택하는 건지 둘 다인 건지는 모르지만 톰 행크스가 출연한 영화는 마음속 깊은 곳에 진한 감동을 남길 뿐만 아니라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영화가 많다.
살다 보면 때로는 어이가 없고, 화가 나고, 절망하고, 허무하고, 답답하고 막막한 그 순간에 이 영화를 생각하고, '윌슨'을 생각하면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큰 사건이 나를 막아서도 삶의 시간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이영화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영화가 있을까. 나를 움직여야 한다는 의지. 우리는 이것을 목표라고 한다.
바다 한가운데의 무인도이건 고독한 마음의 섬이건 우리는 목표를 가지고 나아갈 때 지금 서있는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들은 지나온 사람과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별의 아픔과 만남의 설렘. 1500일을 지냈던 무인도와의 이별, 월슨과의 이별, 여자 친구와의 이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세계로 떠나는 설렘.
그리고 재도약과 새로운 만남. 톰 행크스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윌슨을 만들었지만 자신의 생존을 위해 윌슨을 떠나보내야 했듯이 주인공의 여자가 주인공과 함께였지만 자신을 위해 주인공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듯이.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면서 서로 간에 이별을 감내해야 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은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어디든 갈 수 있는 넓고 탁 트인 갈림길에 선 톰 행크스의 마지막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그 자체이다. 당신의 삶 속에도 만약 윌슨이 있다면, 우리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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