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시대를 초월한 모든 남녀들의 영원한 숙제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리고 싶은 영화는 '오만과 편견'입니다. 1813년 제인 오스틴의 동명 소설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조 라이트' 감독은 영화의 시작부터 엔딩까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원작 소설책의 로맨틱하고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한층 세련되고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면서, 현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남녀들도 공감하고 행복할 수 있는 러브스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19세기 영국 중산층의 결혼 풍속을 비판하면서 오해와 편견으로 인한 사랑의 엇갈림뿐만 아니라 상류층과 중산층의 계층 간의 갈등도 포함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미술상, 음악상, 의상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영화 '오만과 편견'은 세상의 모든 영화와 소설, 그리고 모든 노래의 소재가 되는 사랑과 설레는 사랑을 새롭게 시작하는 연애,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과 연애의 결실인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재치 있고 사랑스럽게 그린 작품입니다.
한 번쯤 경험했던 사랑의 열병
오만과 편견은 '진정으로 상대를 마주 볼 때' 깰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믿음과 사랑이 생겨나게 됩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전 세계 모든 남녀들의 최고의 관심사는 무엇일까요? 모든 남녀들의 영원한 숙제는 영원히 후손들에게 이름을 남기는 명예도, 사회적인 존경과 부를 가져다 줄 성공도 아닌,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사랑일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사랑할 때, 연애할 때, 그리고 결혼할 때 남자와 여자가 사로잡히기 쉬운 '오만과 편견'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면서 관객들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다아시는 자신의 오만함을 돌아보고, 엘리자베스는 그를 오만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편견을 벗어던지게 됩니다. 편견은 내가 상대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오만은 상대가 나를 사랑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둘은 깨닫게 된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지적이고 영리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엘리자베스'는 친절한 면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무뚝뚝하고 잘난 척하는 다아시(매튜 맥파든)와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묘한 감정을 갖게 되고.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자존심 때문에 겉으로는 드러내 보이지 않는 두 남녀, 서로에 대한 깊은 오해 때문에 반감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끌리는 이 두 남녀의 특별한 사랑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했던, 아니면 경험하고 있는 사랑의 열병일 것입니다.
사랑을 시작할 때 빠지기 쉬운 '오만'과 깨기 힘든 '편견'
영화의 첫 시작은 그 당시 결혼관에 대한 사회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당시 결혼은 철저하게 가문과 가문 간의 결합이었고,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산, 계급, 명성, 외모 같은 외적 조건들이었습니다. 하트포드 셔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베넷가의 다섯 딸들은 극성스러운 어머니, 인자한 아버지 미스터 베넷(도널드 서덜랜드)과 부유하진 않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첫째 제인(로자먼드 파이크)과 둘째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가 결혼 적령기에 이르자 그녀들의 어머니는 조건이 좋은 신랑감을 찾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합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욕망과 사랑을 '베넷 가족'이라는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도구를 사용하여 재기 발랄하게 그려냅니다. 겉으로는 젊은 남녀들이 서로 호감을 가지고 만나며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려낸 듯 하지만, 사실 그 뒷면에는 부와 계급이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낸 '오만'과 '편견'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원작 소설책에서는 이런 시대적 배경 설명이 더 상세하게 잘 그려져 있지만, 영화에서는 조금 더 주인공들의 감정선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얌전하고 착하기만 한 첫째 딸 제인과는 다르게 자기 주관이 뚜렷한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엘리자베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결혼은 서로 사랑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 그녀입니다. 그것이 지금 시대는 당연한 일이지만 19세기 영국에서 결혼은 사랑해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가난한 여성들에게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부자와 결혼하는 것뿐입니다. 결혼을 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의 조건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남들이 하는 결혼의 이유가 사랑이 아닌 다른 이유라고 해서 그들의 선택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결혼은 무조건 사랑해야 하는 것이고, 그 외의 결혼은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오만한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귀족 가문의 신사 빙리와 그의 친구 다아시(매튜 맥파든)가 하트포드 셔 대저택에 머물게 되면서 조용했던 시골마을은 한바탕 시끄러워집니다. 무도회에서 만난 제인과 빙리는 서로 첫눈에 반하지만, 진중하고 내성적인 둘의 성격 때문에 진전이 없습니다. 엘리자베스 역시 다아시를 만난 후 약간의 끌림을 느끼면서도 그를 오만한 남자로 생각하여 선을 그어버립니다.
다아시도 재치 있고 영리한 엘리자베스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베넷 부인과 세 명의 어린 동생들 때문에 그녀와 가까워지는 것을 망설입니다. 다아시 역시 베넷가의 사람들이 가난해서, 베넷 집안의 식구 모두를 신분상승을 위해 혈안이 된 속물 취급을 하기도 합니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자신을 험담하는 걸 들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오만한 것은 다아시고 편견을 가진 건 엘리자베스라고 생각들을 하는데 제가 생각했을 땐 둘 다 오만했고 둘 다 편견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특히 이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시선처리를 통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기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이내 시선을 회피한다던가, 말수가 적은 다아시가 보여주는 의미 깊은 눈빛이라던가, 둘 중 한 명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알게 하는 연출은 관객들에게 설렘과 긴장감을 함께 느끼도록 해줍니다. 특별한 진전 없이 그렇게 두 청년은 다시 런던으로 떠나 버리고 제인은 실망하게 됩니다.
엘리자베스는 빙리와 제인의 결혼을 반대한 사람이 다아시였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 그를 더 미워하게 됩니다. 그리고 위컴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고 다아시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굳혀버린 것도 다아시가 상당한 부자였던 것이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위컴은 가난한 군인이었으니까 상대적으로 그의 말에 더 신뢰가 갔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과 연애 그리고 결혼
그 후 엘리자베스는 친척집 방문을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다아시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다아시는 신분 격차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뛰어넘을 만큼 엘리자베스를 사랑하는 것을 깨닫게 되고,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날, 호숫가에서 자신의 절절한 사랑을 엘리자베스에게 고백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이때의 감정신이 굉장히 격해집니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빙리와 제인의 사이를 갈라놓은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에게 강하게 끌리면서도 '다아시는 오만한 남자'라는 편견을 지울 수 없었던 엘리자베스는 그의 청혼을 거절한 것입니다.
다아시는 위컴에 대한 오해와 제인과 빙리를 갈라놓은 것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어 두장의 편지를 써서 찾아옵니다. 엘리자베스는 그의 편지를 읽고, 자신이 그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마 이때부터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거두기 시작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진짜인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엘리자베스는 '위컴'이라는 젊은 장교로 인해 첫인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깨닫고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해서 엘리자베스는 서서히 다아시의 진면목을 알게 되고 자신의 편견과는 달리 그가 사려 깊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아시가 오만불손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의 집을 돌아보다가 그가 얼마나 주위 사람들에게 사려 깊고 배려심 있는 사람인지 알게 되고, 이때부터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커져갑니다.
레이디 캐서린이 엘리자베스에게 찾아가서 만났다는 걸 알게 된 다아시는 어스름한 푸른 새벽 한걸음에 엘리자베스를 찾아와서는 두 번째 청혼을 합니다. 화면은 다아시가 푸르스름한 새벽 두 번째 청혼을 하고 엘리자베스가 그의 청혼을 허락하는 순간, 해가 뜨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명성에 걸맞게 아름다운 미장센과 사운드로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한편, 엘리자베스가 다아시를 싫어한다는 걸 식구들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스터 베넷은 혹시 그의 조건 때문에 결혼하는 거냐고 묻습니다. 다아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는 엘리자베스를 보며, 내 딸이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결혼을 허락합니다. 미스터 베넷이 언제나 진심으로 딸의 행복을 빌었던 걸 알기 때문에 저는 이 장면에서 굉장히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그 당시 영국법상 모든 재산은 남성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딸만 다섯인 베넷 집안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모든 재산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콜린스(톰 홀랜더)에게 상속됩니다. 그래서 엘리자베스의 어머니는 사촌인 콜린스와 결혼할 것을 요구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콜린스는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면서 미스터 베넷 사망 후에도 나머지 가족들이 그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런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 청혼을 거절했습니다. 변변찮은 가문의 엘리자베스가 미래를 보장해 줄 남편감을 거부하는 것은 그 당시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파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미스터 베넷 역시 엘리자베스에게 만약 콜린스와 결혼한다면 너를 다신 보지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딸아이가 다아시와의 사랑에 빠져 너무나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가슴 벅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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