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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상반되는 두 가족의 희비극

이런 부의 양극화를 소재로 한 영화들의 스토리가 대부분 '가난하지만 선량한 시민'vs'부패한 상류층'이라는 구도로 흘러가서 진부하다는 비판을 받지만, 기생충의 경우에는 완벽한 각본과 연출을 통해 이러한 비판을 영리하게 피해 갔다, 가난한 가족이 부자가족에게 빌붙어 살아가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욕심에 결국 스스로 무너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기택의 가족은 자신들보다 더 한 가난을 겪고 있는 가족을 만나게 된다. 이 두 가족 간의 싸움은 말 그대로 비인간적이 되어버린다.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다.

 

기생충 구글 영화 포스터
기생충 구글 영화 포스터

재미있다고 느끼다가 생각에 잠기게 되는 영화 기생충

기생충은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재미를 선사한다. 휴대폰을 사용하기 위해 옆집의 와이파이를 따라다니는, 피자박스를 접어야 하는 막막한 삶을 살고 있지만, 평화롭기까지 한 가족들의 일상 와 대화 상황의 심각성과는 별개로 웃음을 유발한다. 가족의 고정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과외선생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 기택네 장남과 막내딸의 포부는 치밀한 범죄 모의라기보다는 가족들의 평범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엉뚱한 절박함으로 느껴져 헛웃음을 짓게 한다.

 

특히 기생충에는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을 터트리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슬픔을 선사하지만 어느 누구도 악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항상 '상생'또는 '공생'을 바란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은 개인의 의지나 잘잘못과는 무관한 것이다.

 

돌아보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현시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설국열차"에서는 부와 권력에 따라서 열화 된 우리 시대 계급 문제 가보였고, "옥자"에서는 공장식 축산 시대 속에 고통받는 동물들의 문제가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함께 잘 산다 '는 것에 대해 그만의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봉준호 감독이 '한국인이라야 100퍼센트 이해할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한국적인 요소가 작품 내내 깔려있지만 빈부격차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내세워서 외국에서도 공감을 사며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출처 구글이미지 다양한 <기생충> 포스터 (출처: CJ ENM)

반지하 삶의 서글픔과 상처

기생충에 펼쳐지는 공간은 영화의 스토리와 직결된다. 기택(송강호), 기우(최우식), 기정(박소담), 충숙(장혜진) 이들은 가족 전원이 백수로 살아가는 백수 패밀리이다. 그렇지만 소소하게 피자박스를 접는 등 간단한 소일거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알콩달콩 잘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장남인 기우의 친구가 고액 과외자리를 소개해준다. 비싼 동네에 사는 부잣집 딸내미 과외인데 수입이 괜찮다고, 그렇게 해서 기우는 박사장 네 집으로 향한다.

 

 

기생충은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에 대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기택(송강호)네 가족, 반지하에 살면서 장마가 되면 늘 침수되는 하층민 가족이다. 영화의 화면은 기택이 살고 있는 지하집의 욕실 장면을 비춘다. 변기 옆으로 창문가에 남매 둘이서 쭈그려 앉아 옆집 와이파이를 잡으려는 장면. 위태롭게 멈춰있는 자세가 마치 그들의 지금의 상태를 대변해주는 거 같다. 엉거주춤하고 불편한 저 자세는 바로 저들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말해주는 듯하다.

 

양극화를 너무 소소한 장면까지 연출하는 탓에 정말 반지하에 살아봤던 사람들은 서글픔과 상처를 되새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기택의 지하집은 하루 종일 아무리 짧은 시간도 집에 해가 비 칠일이 거의 없다.

구글 이미지 영화 기생충

반면에 박사장(이선균)의 가족, 장마기간이 되더라도 집이 침수될 일이 없으며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최고의 저택, 하루 온종일 그냥 해가 여기저기에 다 비추고 전체 통유리 창으로 탁 트인 느낌, 그리고 그 저택의 지하실에 살고 있는 가정부 부부까지. 거기는 더 최악인 게 햇볕이 아예 들지 않는다.

 

이들은 말 그대로 기생충, 그 의미처럼 그 누군가에게 기생을 해야 먹고살 수 있는 존재들이다. 영화의 초반부터 계속해서 기택의 가족은 위쪽으로 향하는 방향성을 가진다. 길을 걸어도 그냥 평지를 걷는 게 아니라 오르막길 , 언덕길, 위로 가는 계단 등은 계속해서 상향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후에 그들이 잔인하게 결국 끌어내려질 때.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내리막길을 걷는다.

 

기생충의 줄거리는 간단명료하면서도 상당히 복잡하다. 기우가 과외수업 선생으로 채용된 후 그 집 막내아들이 미술에 관심이 있는 걸 알게 되고, 기우는 여동생 기정을 아들 미술선생으로 가장해서 그 집으로 끌어들인다. 그러고 나서 천천히 그 집에서 일하는 운전기사, 가정부를 쫓아내고 아버지 기택은 운전기사로 , 어머니 충숙은 그 집 가정부로 집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된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사건을 다룬 영화가 기생충이다. 바퀴벌레가 참 많이 언급이 되는데 인물들의 행동을 마치 비슷하게 묘사했다. 불을 켜면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실제로 불을 끄면 활동이 시작되는 벌레가, 기택을 이 바퀴 벌레에 비유를 해보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쉽게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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