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당당하게 게임의 주인공이 돼라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영화는 사회 초년생의 고군분투기와 패션 세계를 유쾌하게 담아낸 로렌 와인스 버그의 원작 소설'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이다. 저자가 실제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경험을 썼다고 한다.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20대 초년생 누구나 겪게 되는 이야기와 현실적인 고민을 담아내며 출간 당시 '뉴욕 타임스'에 6개월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화려한 영상과 O.S.T, 그리고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로 멋지게 영화화하는 데 성공했다. 감독은 데이비드 프랭클이 맡았고,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가 출연한다.
여자들의 성공에 관한 이야기
영화 초반부에 뉴욕의 예쁘고 섹시한 여성들의 화려한 출근 준비와 앤디의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 출근 준비를 비교하는 장면이 흘러간다. 나는 이 영화가 단지 겉멋만 번지르르한 그런 영화일 거라 생각했지만 명작이라 불리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화려한 미디어 속에서의 삶,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여성 혐오와 여러 프레임들.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활발한 요즈음에 이 영화를 보아도 여러 시사점들이 많이 있었다.
명문대 법대를 졸업한 작은 도시 출신의 앤드리아 삭스(앤 해서웨이). 최고의 저널리스트 꿈을 안고 뉴욕으로 오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이력서를 보고 연락이 온 곳은 세계 최고의 패션지 '런웨이' 딱 한 곳뿐이었다. 그것도 기자가 아니고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말단 비서로서.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앤디는 '런웨이'의 비서직 면접을 본다.
미란다의 첫째 비서 에밀리는 그녀의 약간은 촌스러운 패션을 보고 콧방귀를 뀌고, 미란다는 면접을 보러 온 앤디를 보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앤드리아는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은 패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똑똑하고 일을 잘 배운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앤드리아는 미란다의 두 번째 비서가 된다.
새로운 직장생활의 꿈에 부푼 앤드리 아이지만 현실은 지옥 그 자체이다.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는 세계 패션쇼의 스케줄까지도 바꿀 수 있을 만큼의 막강한 힘을 가진 인물이지만 까다로운 완벽주의자로 악명이 높다. 앤드리아는 그곳에서 미란다의 변덕과 온갖 잔심부름에 시달린다.
그녀는 미란다의 전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다. 그렇지만 그녀와 남자 친구와 친구들과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남자 친구와 싸우는 도중에도 미란다에게 걸려온 전화를 무시하지 못하고. 입사할 당시 그녀가 가졌던 초심을 잊어간다.
화려한 뉴욕의 삶,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미란다가 자신의 쌍둥이 딸들의 학예회를 보러 갈 수 있게 허리케인을 뚫고 가는 비행기 표를 구하라는 미션을 성공하지 못하자 미란다는 가장 실망스러운 비서라며, 뚱뚱하지만 똑똑한 비서를 들이면 다를 줄 알았더니 몸매만 좋은 멍청한 애들보다 더 멍청하다며 일침을 날린다. 그렇게 앤드리아는 66(size 6) 몸매의 자신을 보며 달라지기로 결심한다.
앤 해서웨이는 이 영화 촬영 전 꽤 마른 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연기를 해야 하는 캐릭터 앤드리아는 44 사이즈만 존재하는 '런웨이'의 다른 여성들과는 달리 66 사이즈의 보통 여성이었기 때문에 감독과 제작진은 그녀에게 체중을 5~7kg 이상을 늘려주길 주문했고, 그녀는 바로 66 사이즈의 몸매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는데, 영화 처음 부분에는 헐렁하고 편안한 약간은 촌스러워 보이는 의상을 입다가 이후에는 화려한 명품 의상을 입어야 하는데 살을 찌운 앤의 체격에 맞는 66 사이즈의 명품 의상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앤은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지 6주의 기간 동안 5kg를 다시 감량해야 했다고 한다.
대신 영화 초반 뚱뚱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는 패딩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란다의 유능한 부하직원 나이젤(스텐리 투시)에게 옷과 가방, 구두 등을 추천받게 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정말 신문사에 온갖 명품 옷, 구두, 백들이 진열된 방이 있을까? 궁금중이 생겼다. 세계 최고 명품 브랜드들의 협찬을 받은 이 영화는 역대 영화 중 가장 비싼 의상들이 나오는 영화이기도 하다. ( 프라다, 발렌티노, 도나카렌, 갈리아노, 샤넬, 베르사체, 캘빈 클라인, 마크 제이콥스, 에르메스, 지미 추, 마놀로, 톰포드, 돌체, 디올 등등) 이때부터 앤드리아는 화려한 뉴욕의 예쁜 깍쟁이처럼 변하기 시작한다. 앤디는 회사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신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한다.
편하고 헐렁한 옷을 주로 입던 그녀는 몸에 딱 붙는 명품 옷과 백으로 자신을 치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와의 저녁식사시간, 남자 친구의 생일파티까지도 희생해가며 그녀의 상사 미란다의 요구를 거절 못하게 된다.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이라도 유행한다는 이유로 입고, 마음이 맞지 않은 사람들과 원하지 않는 회식에도 가게 된다.
관심도 없는 화제에 억지로 공감하는척하며 몸에 잘 맞지도 않는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기도 한다. 생존의 측면으로 본다면 이 방법은 어떤 의미로 보면 옳은 방법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일들이기도 하다. 영화에서의 앤드리아의 변화가 불러일으킨 효과는 엄청나다. 통쾌하게도 그녀를 무시하던 사람들의 말문을 막히게 하고 그녀가 평소라면 절대 친해지지 못했을 유명인사들과 도 친분을 가지게 된다. 무엇보다 조직의 왕인 미란다로부터 인정받게 된다.
앤디는 자신의 선배인 제1비서 에밀리를 제치고 가장 중요한 패션 행사인 파리 출장까지도 함께 따라가는 자타공인 조직의 에이스로 거듭난다. 어떤 사람들은 눈부시게 달라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직에 적응하기 위한 고군분투는 굉장히 소모가 크다.
한 집단이 원하는 완벽한 모습은 다른 집단에서는 오히려 이상하고 비 적응적인 모습으로 보이기 쉽다. 패션잡지일에 파묻혀 사느라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고 남자 친구 와도 헤어지게 된 앤드리아처럼 말이다. 그녀는 점점 원래 그녀가 있던 곳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모든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어떤 가치를 선택할까
그녀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앤드리아의 원래 계획은 1년 정도 비서직을 버틴 후 다른 잡지사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앤드리아는 미란다의 엄청난 미션 '쌍둥이를 위해 해리포터의 미출판본을 구하라'도 수행하고, 문도 열지 않은 스테이크 가게에서 미란다가 요구한 스테이크를 준비해 오는 등 여러 가지로 미란다의 신임을 조금씩 얻게 된다.
그리고 첫째 비서 에밀리를 제치고 첫째 비서가 되어 함께 파리 패션쇼에 출장을 가게 된다. 에밀리가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다이어트를 하는 만큼 가고 싶어 하던 파리 패션쇼에 앤디가 대신 가게 된 것이다. 파리에서 화려하게 패션쇼를 진행하다가 잠시 쉬러 호텔에 들어온 미란다에게는 여러 가지 위기가 찾아온다.
재혼한 남편과의 이혼과 함께, 미국 최고 패션잡지 '런웨이' 편집장에서 물러날 상황에 처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우연히 먼저 그 사실을 알게 된 앤드리아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어 한다. 다음날 미란다는 냉정하게도 자신의 오른팔과도 같았던 부하직원 나이젤을 희생시키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다.
그리고 앤드리아는 그 과정을 겪으면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의 실체를 알게 된다. 자신만의 삶이 아닌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삶이랄까. 앤드리아는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던 실체를 마주하고 런웨이 비서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핸드폰을 분수에 던져버리고 먼저 돌아온다.
그리고 얼마 후, 아무거나 주워 입던 예전의 그 앤드리아로 돌아간다. 앤드리아에게는 주방 보조인 요리해주는 남자 친구가 있었다. 앤디의 남자 친구는 영화에서 요리사로 나오지만 원작에서는 선생님이다. 앤디와 미란다는 그렇게 자신들만의 삶을 향해 각자 나아가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미란다가 우연히 먼발치에서 앤디와 눈이 마주쳤을 때 차갑게 무시하고 차를 타지만 차 안에서 아무도 몰래 미소 지었던 것은 비록 자신과 다른 길을 선택하였지만 어느새 당당한 게임에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는 옛 부하직원에 대한 찬사가 아니었을까.
영화의 결말, 앤디는 결국 미란다의 비서를 그만두고 친구들과 남자 친구에게 돌아간다. 이를 통해 감독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겉모습보다 사랑과 우정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였을까? 아니면 패션이나 돈과 같은 세속적인 것들보다 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사실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주체적인 선택의 중요성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예쁜 앤 해서웨이의 다른 영화 한편 더~
패션을 다룬 영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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